한 번은 연작시를 써봐야 하는 이유

  • 쓰기학교
  • 김언
  • 2019.09.30부터 7회
  • 월요일 19:00~21:00
  • 280,000원

강의 소개

시를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나이고, 언어이고, 그리고 대상입니다. 내가 있고 언어가 있어야 시가 탄생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상이 있어야 시가 써질 수 있습니다. 대상 없는 시가 있다면, 대상 없는 자리에 대상 없음을 말하는 나라도 혹은 언어라도 들어가서 대상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대상 없는 시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대상이 있어야 시가 가능해지고 시 쓰기가 가능해진다면, 남는 문제는 또 이런 것입니다.
과연 어떤 대상이 시가 될 수 있는가? 어떤 대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시에 들어올 수 있는가? 대상 없음을 말하는 것(나/언어)조차 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시의 대상이 되지 못할 것 역시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무엇이든 시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시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아무것이나 시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것이나 아무렇게나 말한다고 해서 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면, 우리는 그럼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무엇이든 좋습니다. 다만 그것이 온전히 시의 대상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는 너무 이르게, 너무 손쉽게, 너무 섣부르게 시의 대상을 구하고 또 말하고자 합니다. 대상은 그렇게 함부로 자신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대상은 그것이 무엇이든 나의 시에 들어오기 위해서 고유한 숙성의 시간을 반드시 거쳐야 하고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대상에 숙성의 시간을 부여하는 것은 대상이 아니라 대상을 보는 나입니다. 대상은 숙성의 시간을 모릅니다. 숙성된 시간만을 보여줄 뿐입니다. 숙성된 시간은 나의 인내에서 나옵니다. 나의 고집에서도 나옵니다. 나의 고통에서도 나오는 것, 그것이 숙성의 시간이며, 숙성된 시간을 거친 대상은 그래서 거의 나와 다를 바 없는 위치로 격상됩니다. 나와 다를 바 없는 신세로 전락해도 좋습니다. 대상을 말하면서 내가 말해지는 단계까지 진입한 대상만이 시에 들어올 수 있는, 아니 시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춥니다.
다시 말하지만, 대상 없이 시는 써지지 않습니다. 아무 대상이나 시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대상이든 지긋이 바라보고 숙고하는 시간, 지겹도록 숙성이 되는 시간을 통과해야만 시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시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대상이든 지긋이 바라보고 숙고하는 방식 중 하나로 연작시를 떠올려봅니다. 연작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대상은 조금씩 조금씩 나의 시에 걸맞은 대상으로 변모합니다. 나의 시를 살려주는 대상으로 변신합니다. 나의 시가 나의 시답게 말해지는 순간을 목격하기 위해서라도 연작시를 한 번쯤 써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작의 경험이 나의 시를 구원하는 순간을 맛보기 위해서도 일부러 대상 하나를 정하고 그 대상에 대해 소박하게든 비딱하게든 솔직하게든 거짓으로든 계속 판을 바꿔 가며 말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같은 대상에 대해 버전을 달리하며 시를 써보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시 쓰기는 그런 점에서 대상에 접근하는 자기만의 방식을 익히는 시간과 다르지 않습니다. 시에서 어떤 대상을 어떻게 살리느냐는 궁극적으로 나의 시를 살리는 과정과 통하는 고민입니다. 나의 시를 살리기 위해서 시의 대상을 시의 대상답게 살려내는 연습. 그러한 연습의 시간을 이번 강좌에서 가져보고자 합니다.

이 강좌는 하나의 대상에 대해 최소한 3회 이상 버전을 달리하며 연작시를 써보는 것을 별도의 과제로 삼고자 합니다. 연작시 과제와 더불어, 여느 학기와 마찬가지로, 매주 1편씩 제출한 신작시에 대한 합평과 강평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 첫 수업 이틀 전(9월 28일 토요일 오후 9시)까지 자신의 시 1편을 메일로 보내주세요. 보내실 메일 주소는 kimun73@daum.net입니다. -> 개강이 9/30일로 연기되었습니다.

*강의 정원은 15명입니다. 마감은 입금/결제순입니다.

강의 계획

1강)
강좌 안내
– 연작시가 필요한 이유와 연작 방식에 대한 강의
– 각자의 시에 대한 간단한 의견 주고받기

2강)
창작시 합평 1
– 연작대상 선정

3강)
창작시 합평 2
연작시 합평 1-1

4강)
창작시 합평 3
연작시 합평 1-2
– 창작 관련 텍스트 읽기

5강)
창작시 합평 4
연작시 합평 2-1

6강)
창작시 합평 5
연작시 합평 2-2
– 창작 관련 텍스트 읽기

7강)
창작시 합평 6
연작시 합평 3

강사 소개

김언

1973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산업공학과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98년 <시와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 <한 문장>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과 시론집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등을 출간했다.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 시인상, 박인환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