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서사 장르의 모든 것

  • 박유희
  • 2008.06.24부터 6회
  • 수요일 19:00~21:00
  • 120,000원

강의 소개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기존의 경계는 급격히 해체되었다. 이 와중에 주로 신문 연재소설, 영화, 대중극에서 형성되어 온 ‘대중 서사 장르’ 관습이 장르 간 혼성과 매체 간 혼종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중 서사 장르’란 대중의 기대 지평이 영화, 소설, 연극 등의 서사 형식 안에서 산업적 요구와 만나 호흡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일련의 서사 유형을 말하며, 멜로드라마, 역사 허구물, 추리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강좌에서는 이러한 장르의 서사 관습이 어떻게 형성되어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이는 현재의 복잡한 문화 상황을 역사적 맥락에서 정관하고자 하는 것이다.

강의 계획

1주: 한국 대중 서사 장르의 특징
한국 대중 서사 장르에서 가장 지속적인 생명력이 있는 것으로는 멜로드라마, 역사허구물, 코미디물 등이 있으며 최근에 추리물과 공포물이 약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은 멜로드라마이다. 한국의 모든 서사는 멜로드라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멜로드라마적 서사 관습은 모든 장르에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서사물을 대상으로 한국의 중심적인 대중 서사 장르의 지형을 개관한다.

2주: 멜로드라마의 기원과 형성, ‘춘향전’에서 ‘미워도 다시 한 번’까지
한국 멜로드라마의 서사 관습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일반적으로 멜로드라마는 19세기에 번성한 프랑스의 대중 음악극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멜로드라마는 일본을 통해 ‘신파극’의 형식으로 조선에 들어온다. 신파극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서사물과 교섭하며 한국 멜로드라마의 서사 관습을 형성해 가는데, 그 과정에는 다양한 힘이 작용한다. 대중의 기대지평 안에서 서사물들이 경쟁하는 가운데 한국 멜로드라마의 서사 관습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핀다.

3주: 멜로 영화의 진화, <자유부인>에서 <사랑니>까지
멜로드라마는 영화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서구에서 1910년대에 이르면 영화가 연극 무대의 멜로드라마를 기존의 소극 형식에 끌어들이며 멜로영화의 구조적 기틀을 잡는다. 이때 연극의 멜로드라마는 유럽의 무대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고, 191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까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의 정착과 함께 멜로영화 장르의 규범이 형성되면서 영화의 주요 장르로 자리 잡는다. 한국에서도 해방 이후에 대중극이 몰락하며 멜로드라마는 영화를 중심으로 발달한다. 그런데 대중에게 지지 받는 표면적인 관습은 오랜 세월 동안 참으로 완강했다.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그 이면에서 작동하고 있는 욕망의 중층이다.

4주: 역사허구물, 1930년대 역사 소설에서 퓨전 사극까지
역사허구물은 역사적인 사건이 배경을 끌어들여 허구적인 이야기로 만든 것을 통칭하는 것이다. ‘역사허구물’은 한국에서 멜로드라마에 버금가는 인기 장르이다. 일반적으로 위기나 급변의 시대에 역사허구물이 번성한다고 하는데, 한국의 근대사는 위기의 시대 아닌 적이 없어서인지 역사허구물이 인기가 없던 적이 없었다. 각 매체를 따로 볼 때에는 부침이 있는 듯하지만 함께 놓고 보면 매체를 옮겨 다녔을 뿐이지 역사허구물은 계속 소비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역사허구물 관습의 원천이 되었던 것은 1930년대 역사 소설이었고, 서사 관습을 형성한 것은 영화였다. 이러한 관습은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확산된다.

5주: 추리물, 김내성 소설에서 <추격자>까지
추리물은 합리성의 전통이 강하고 근대적 재판제도가 발달한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번성한 장르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추리물’의 전통이 매우 약하다. 추리의 구조를 엿볼만한 공안서사 같은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의 과정보다는 사건을 해결한 관리의 인품과 미덕을 칭송하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전통은 최근까지도 작용하여 한국 스릴러 영화에서 그야말로 ‘말 되는’ 영화를 발견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2007년부터 한국 스릴러가 눈에 띄게 약진하고 있다. 1930년대 추리소설부터 현재 스릴러 영화에 이르기까지 추리물의 형성과 전개 과정을 개괄한다.

6주: 환상과 공포, <장화홍련>에서 <장화,홍련>까지
환상물이나 공포물의 발달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의 가장 반대편에 위치하는 듯해 보이는 추리물 장르의 발달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환상이나 공포는 합리성을 넘어서는 것이지만 한편으로 그것은 합리성이 기반이 되어야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귀신은 무섭지 않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는 한국의 서사 전통에서 추리물의 미덕인 합리성과 절제의 기반이 약한 것과 연관된다. 여기에서 그 약한 고리를 메우는 것은 ‘인정’이다. 그래서 한국의 공포물에는 전근대적인 주제와 멜로드라마 구조가 강화된다. 이러한 한국 공포물의 특성을 서사 전통의 맥락에서 살펴본다.

강사 소개

박유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현대 소설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영화비평가로 데뷔했다. 현대 소설과 영화를 중심으로 비평 활동을 하며 서사의 장르와 수사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디지털 시대의 서사와 매체』, 『서사의 숲에서 한국영화를 바라보다』, 『1950년대 소설과 반어의 수사학』 등이 있고, 역서로 『소설과 카메라의 눈』이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 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