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예술: 시네마, 현대예술, 미디어아트의 접점을 찾아서

  • 김지훈
  • 2009.09.20부터 10회
  • 월요일 19:00~21:00
  • 200,000원

강의 소개

“매체융합,” “경계의 와해,” “예술과 과학의 통섭”과 같은 말들이 영화와 현대예술, 미디어아트 사이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들은 디지털의 등장과 함께 새로이 출몰한 유령이 아니라, 20세기 후반 현대예술과 문화 내에서 폭발한 이질적, 다종적인 상상력과 실천들이 집적된 결과들입니다.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매체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기존 매체들의 물질적, 장르적 구획들을 재편하기를 목표했던 예술가들이 있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술적 매체들의 내재적 본성을 탐구하고 그것들의 잠재력을 예술적 형성체와 기능의 변화에 활용하고자 했던 혁신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제출한 작품들과 프로젝트들, 경향들은 오늘날 우리가 갤러리에서 인터넷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마주치는 “매체”와 “예술”의 다양한 결합들을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하게 소개되지 못했으며, “미디어아트”라는 이름으로 쏟아지고 있는 여러 담론들과 전망들을 그만큼 공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본 강의는 “확장예술”이라는 이름하에 60년대 이후 현대까지 이루어진 매체 확장과 재구성의 다양한 토픽들을 조감함으로써, 모더니즘 이후의 예술과 오늘날 매체의 해체와 재구성 사이에 놓인 역사적, 이론적 틈새들을 메우고자 합니다. 이러한 고찰은 인문학과 예술이론, 매체이론 사이의 접속은 물론, 오늘날 기술적 매체들을 활용하는 세 가지 장인 영화와 현대예술, 미디어아트 사이의 생산적인 월경을 목표로 합니다.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극장이라는 인터페이스와 극영화/다큐멘터리의 장르적인 구분을 넘어서는 영화의 기술적, 존재론적 변화를 성찰할 계기를 얻을 것입니다. 현대예술의 입장에서는 오늘날 갤러리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영화와 비디오, 디지털의 영향을 탐구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미디어아트의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와 컴퓨팅에 대한 기법적인 이해를 넘어, 오늘날 “디지털 아트”라는 이름 아래 놓인 다양한 예술적 변주들을 낳은 역사적 전통들 및 문제의식들과 대면하게 될 것입니다.

* 강의 마지막에 강의내용에 대한 이론적 에세이 또는 Artist Statement를 쓰게 됩니다.
* 특별한 주교재는 없으며 매시간 보조자료를 제공할 것입니다. 함께 참고할 만한 국내외 저작/논문 및 웹사이트의 목록은 첫 번째 강의 시간에 소개할 예정입니다.
* 강의는 파워포인트를 활용하며, 제1, 2강의는 이론적 강의 위주로 진행되고 이후 매 시간마다 주요 테마들에 해당되는 작품들을 보고 토론하고 생각할 기회를 가질 것입니다.

강의 계획

1강. 매체를 잊으라구?: 포스트-미디엄 조건의 발생과 확장예술의 기원
미술비평가 로잘린드 크라우스가 제안한 “포스트-미디엄 조건(post-medium condition)”은 모더니즘 이후부터 오늘날의 예술을 정의하는 논쟁적 용어가 되고 있습니다. 이 용어의 함의를 비판적으로 점검하면서 구조영화, 플럭서스, 개념미술, 비디오아트, 확장영화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했던 1960년대-70년대 초의 예술사를 개괄합니다.

2강. 디지털 임팩트: 디지털과 매체예술의 존재론
디지털의 영향은 영화와 미디어아트, 현대예술 모두에서 매체의 존재론과 매체 특정성의 가능여부에 대한 포괄적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레프 마노비치, 피터 바이벨, 안드레아스 브뢰크만, 프리드리히 키틀러, 이본느 스필먼, D. N. 로도윅, 메리 앤 도앤 등의 이론가 및 비평가들을 중심으로 한 이 논쟁의 결을 따라가면서 매체의 개념과 매체예술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3강. 구조의 예술: 셀룰로이드로의 환원과 파라시네마(paracinema)
영화매체의 본성에 대한 가장 내재적인 탐구로 여겨졌던 구조영화(structural film)를 아방가르드 영화에 대한 관습적 이해를 넘어, 미니멀리즘 등 현대예술과의 관계 및 미디어아트에 끼친 영향의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4강. 신호와 코드의 예술: 사이버네틱 시네마, 이미지 프로세싱, 알고리즘 아트
구조영화의 대당으로서 비디오와 컴퓨터가 가진 신호/코드의 물질성, 인터페이스의 기능성, 테크놀로지의 사회문화적 영향력을 탐구했던 또 다른 예술적 흐름을 살펴봅니다. 형태와 요소에 대한 추상적인 탐구부터 매체를 이루는 관습과 약호에 대한 전복적 개입을 아우르는 “신호/코드”에 대한 관심은 오픈소스/알고리즘/대안적 프로그래밍을 테마로 한 디지털 아트의 주요 경향이기도 합니다.

5강. 확장의 예술: 교차적 매체 네트워크로서의 영화
1960-70년대 영미와 유럽에서 다양하게 시도된 비-규범적(non-normative) 형태의 멀티스크린, 갤러리 프로젝션, 라이브 프로젝션과 퍼포먼스의 결합을 살펴봅니다. 이는 “예술과 기술의 결합”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결과들이고, 그러한 결합의 모태가 된 20세기 초 역사적 아방가르드의 계승이며, 예술형태에 대한 장르구분을 무력화시키는 현대예술의 한 경향의 출발점이자, 디지털 미디어아트의 중요한 전사(prehistory)입니다.

6강. 현전의 예술: 폐쇄회로 비디오, 텔레마틱 아트, 라이브 시네마
현상학과 사이버네틱스 이론, 비판적 미디어이론, 상황주의, 포스트-미니멀리즘, 사이키델리아, 공감각 등 다양한 비평적, 철학적 모티브들로부터 형성된 “현전의 예술”의 흐름을 살펴봅니다. 폐쇄회로와 비디오카메라를 도구로 발달한 초기 비디오아트로부터 오늘날의 텔레마틱 네트워크에 기반한 디지털 아트로 이어지는 흐름이 어떤 연속성과 차이를 갖는가를 알아볼 것입니다.

7강. 설치의 예술: 비디오 설치작품, 프로젝션, 매체교환
90년대 이후 테크놀로지의 발달, 영화의 존재론적 위기, 비디오아트의 위상 변화 등은 프로젝션을 중심으로 한 “영화적” 비디오 설치작품의 유행을 가져왔습니다. 사진, 영화, 비디오 등의 관습적인 구분을 질의하는 이러한 경향들의 이해와 더불어 프로젝션이 가진 특별한 매체 계보학적인 위상에 대해 살펴봅니다.

8강. 리믹스의 예술: 하이브리드 무빙 이미지의 계보
<웨이킹 라이프>, <스피드 레이서> 등에서 보이는 고도의 이질적인 시각적 황홀경은 실사 이미지와 애니메이션, 추상성과 복잡성을 넘나드는 오늘날 무빙 이미지의 주요한 경향을 이루고 있습니다. 습득영상(found footage)영화부터 비디오 스크래치, 모션 그래픽스와 VJ 퍼포먼스, 디지털 비디오/애니메이션을 망라하면서 기존 매체의 특징들을 배합하고 공존시키는 이러한 무빙 이미지의 테크놀로지와 미학에 대해 살펴봅니다.

9강. 빛의 예술: 빛-인터페이스로서의 현대예술
19세기 이후 현대적인 기술적 시각이 발명되는 과정에서 빛은 과학과 예술의 주요한 탐구 대상이었습니다. 라즐로 모홀리-나기(사진/필름)로부터 백남준(필름/비디오)을 경유하여 라파엘 로자노-헤머(디지털)에 이르는 “빛-인터페이스”의 계보학은 매체들을 이루는 구성요소들간의 관계, 그리고 매체와 사용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탐구의 결과들을 보여줍니다.

10강. 공간/장소의 예술: 미디어아트의 이미지 공간, 사용자 공간
가상현실/증강현실/혼합현실 등 가상공간 기반 디지털 아트에 등장하는 이 용어들은 공간의 재현 및 공간-사용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미디어아트의 꾸준한 관심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강의는 이러한 공간성에 대한 관심의 변화를 몰입(immersion), 체현(embodiment)과 같은 사용자 관람성의 문제를 탐구하는 작품들로부터 장소-특정성(site-specificity)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는 위치기반 예술(locative art)에 이르기까지 살펴봅니다.

강사 소개

김지훈

중앙대학교 영화미디어연구 부교수. 뉴욕대학교 영화연구 박사. 저서로 Between Film, Video, and the Digital: Hybrid Moving Images in the Post-media Age (Bloomsbury Academic, 2016), 번역서로 [북해에서의 항해: 포스트-매체 조건 시대의 예술 (로잘린드 크라우스, 현실문화, 2017)], [질 들뢰즈의 시간기계 (데이비드 로먼 노도윅, 그린비, 2005)]가 있으며 실험영화 및 비디오, 갤러리 영상 설치작품, 디지털 예술, 실험적 다큐멘터리, 현대영화이론 및 매체미학 등에 대한 논문들을 Screen, Film Quarterly, Millennium Film Journal, , Camera Obscura, Animation: An Interdisciplinary Journal 등의 저널들 및 Simultaneous Worlds: Global Science Fiction Cinema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2015), Global Art Cinema (Oxford University Press, 2010), Taking Place: Location and the Moving Image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2011)등의 연구서에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