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수다쟁이들: 글 없는 그림책에 대하여

  • 쓰기학교
  • 김지은
  • 2018.06.26부터 1회
  • 화요일 19:00~21:00
  • 30,000원

강의 소개

침묵하는 수다쟁이들 : 글 없는 그림책에 대하여 

참고문헌 |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월터 J. 옹 지음. 이기우, 임명진 옮김. 문예출판사). 이하 구.

읽어 주려 하지 말고 그냥 아이와 함께 눈이 가는 대로 보이는 것을 이야기하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글 없는 그림책은 “silent book”이라고도 하는데, 사실은 매우 시끄러운 책이에요. 아이가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느라 바쁘거든요. 아이와의 대화로 가득 차게 해 주세요. (『선』, 이수지 작가의 말)

전혀 쓰기(writing)를 알지 못하는 문화와 쓰기에 의해서 깊이 영향을 받은 문화
최초의 스크립트는 6,000년 전.
구술문화-쓰기문화-인쇄문화-전자문화-
1차적인 구술문화(primary oral culture)와 2차적인 구술문화(secondary orality. 전자시대의 구술성. 전자기기에 의해서 형성되었지만 그 존립을 쓰기와 인쇄에 힘입어 유지하는 구술성)
“쓰기에는 편리함과 결점과 위험이 동시에 따라붙는다.”(Saussure. 1959, pp.23~24)
“그림 한 장은 말 천 마디에 해당한다.” : 그림 한 장이 말 천 마디에 해당하는 것은 그 그림에 관해서 미리 천 마디의 말로 어떤 상황을 만드는 작업이 이루어졌을 때다. (구. 16면)
모든 언어 중에서 문학을 낳을 정도로 충분히 기술하는 일을 위탁 받은 언어는 106가지. 오늘날 실제로 사용하는 언어는 3000가지., 문학을 가지고 있는 언어는 78가지. (구. 16면)
“쓴다는 것은 말을 공간에 멈추는 일이다. 그러한 가운데 어떤 소수의 방언이 기록방언(grapholects)이 된다.” (구. 17면)
“말하기는 그것을 행하고 나서는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다.” (구. 20면)
“씌어진 말은 찌꺼기다. 구술적 전통은 그러한 찌꺼기나 침전물을 전혀 지니지 않는다. 자주 입으로 말하는 구전 이야기라 하더라도 실제로 말하지 않을 때에는 말할 수 있는 누군가의 속에 잠재할 따름이다.” (구. 23면)
전승되는 구전이야기는 쓰기를 전혀 경험한 적이 없는 문화 속에 있다. 구술적 전승 또는 구술적 연행, 장르, 스타일을 하나로 뭉뚱그려서 ‘구전문학’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말을 ‘바퀴 없는 자동차’로 생각하는 것과 같다. (구. 25면)
구술담론은 엮음(weaving), 짜깁기(stitching)로 간주되어 왔다. 텍스트는 엮다(to weave)를 어원으로 지닌다. 그림책은 문학은 아니지만 글 텍스트와 그림 텍스트가 엮여서 이루는 아이코노 텍스트다.
문자에 익숙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어를 쓰기에서 전적으로 떨어져 나간 것으로 생각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버틴다 하더라도 단어는 씌어진 것의 모습으로 뇌리에 계속 떠오른다. 게다가 씌어진 것으로부터 말을 떼어낸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위협적이다. (구. 27면)
구술문화에서는 고도로 예술적이고 인간적 가치를 지닌 강력하고 아름다운 언어적 연행이 산출된다. 그런데 그러한 언어적 연행은 일단 쓰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이미 불가능해진다. (구. 28면)
호메로스가 문자를 알지 못했으나 시를 산출할 수 있었던 것은 ‘기억’이라는 능력 덕분이었다. (구. 34면)
구두로 유포되는 시는 정확하게 축어적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구. 36면)
운율적으로 알맞은 말은 물 흐르듯 하고 거의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 저절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그러한 운율적으로 적당한 말이라는 것은 천재의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다. (구. 38면)
일차적으로 목소리는 말하는 실제의 장면을 떠올리고 자기 자신이 낭랑하게 발음한 말을 어떠한 표현에 아로새긴다. “11세기 켄터베리의 에드머는 쓰기에 의한 글짓기를 ‘자기 자신에게 받아쓰기를 시키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Clanchy, 1979, p.218)” (구. 46면)
목소리는 기원전 2000년부터 1000년 사이에 유효성을 잃기 시작했다. (기원전 1500년경 알파벳의 발명.) (구. 52면)
일차적인 구술문화에서는 ‘눈으로 찾아 읽는다.’는 표현은 공허한 말이다. (구. 53면) 글 없는 그림책은 구술적 연행을 동반하면서 눈으로 찾아 읽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 일차적인 구술문화의 특징과 글 없는 그림책 읽기의 공통점
1) 종속적이라기 보다는 첨가적이다. (‘그리고’와 ‘또한’의 잦은 사용)
2) 분석적이라기 보다는 집합적이다. (‘군인’보다는 ‘용맹한 군인’, ‘참나무’보다는 ‘단단한 참나무’. ‘참나무는 왜 단단한가’를 물을 수 있지만 그것은 ‘단단한 참나무’라는 집합적 상태를 확인하려는 것일 뿐. 군인은 영원히 용감하고 공주는 영원히 아름답고 참나무는 영원히 단단하다. 반대 의미의 형용구도 있을 수 있지만 역시 표준적이다. 구. 66면)
3) 장황하거나 다변적이다. (쓰기는 그 표현이 한층 자연스러운 구술적 형태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하려고 마음 속에 긴장을 품는다. 구 67면_
4) 객관적으로 거리를 유지하기보다는 감정이입적이고 참여적이다. (서술자와 등장인물은 긴밀하게 하나가 된다. 주인공은 그 내용을 구술 세계 속으로 끌어넣어 동화시켜 버린다.)

 일차적인 구술문화의 특징과 글 없는 그림책 읽기의 차이점
1) 보수적이거나 전통적이다. (구술문화에서는 소리 내어 되풀이하지 않은 지식은 바로 사라져버린다. 보수성이 작용한다. 그러나 글 없는 그림책은 그렇지 않다. 인쇄물로서 지식을 정신 바깥에 저장할 수 있다. 따라서 독창성이 개입할 여지가 한결 더 많다. 다만 그림 해석의 양식은 글자 해석보다 더 전통과 합치하는 경우가 많다. )
2) 인간의 생활 세계에 밀착된다. (글 없는 그림책은 종종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의미에 관심을 두며 생활 경험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전개되는 경우가 있다.)
3) 논쟁적인 어조가 강하다. (음성을 역동적으로 주고 받을 때 사람들의 관계는 고양된다. 이는 반목하는 관계로 고양되기도 한다. 폭력은 구술성의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글 없는 그림책은 사람과 사람의 대화가 아니라 그림과 사람의 대화이므로 논쟁적 역동성과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다.)
4) 항상성이 있다. (어린이들이 부르는 노래에는 본래의 의미를 잃고 사실상 무의미한 음절이 되어버린 경우가 있다. 단어의 보존과 관련된 구술문화의 항상성이 과도하게 작용한 결과다. 종종 구조적인 기억상실이 일어나기도 한다. 계보의 일부는 사라져버린다. 구술문화는 종종 승리자의 가치관을 강화한다. 그러나 글 없는 그림책은 그림 해석의 시점에 따라서 의미의 확장과 변형이 수시로 이루어진다.)
5) 추상적이라기 보다는 상황의존적이다. (구술문화에서 원은 접시, 채, 물통, 시계, 달로 불린다. 사각형은 거울, 문, 집으로 불린다. 물론 글 없는 그림책도 이처럼 구체적인 물건으로 형태를 환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글 없는 그림책의 기호를 읽기 위해서 독자는 카테고리에 입각한 사고를 한다.)

음유 시인의 기억 속에서 언제나 멈춰 있는 재료는 부유하는 일련의 테마와 정형구이다. 가수들은 앞으로 20년동안이라도 같은 노래를 똑같이 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똑같은 이야기를 노래할 수는 있지만 결코 각 노래는 똑같지 않다. (구. 101면)
기도의 말은 결코 일정하지 않다. 누군가가 기도의 최초의 말을 중얼거리면 청자는 되풀이하는 부분을 잇대어서 노래하고 나아가서는 그것을 중얼거리는 사람이 저지른 어떠한 잘못도 놓치지 않고 고쳐준다. 이 기도의 말은 동일 인물이 했다 하더라도 구술의 시간에 따라서 대단히 다르다. 누군가가 했던 기도의 말이 그날그날의 방식에 따라 다르고 그것을 정정해주는 사람도 그때그때 다르다. (구.103면) 글 없는 그림책을 읽는 시간도 이러하다.
구술적 연행의 시간은 사람들을 집단으로 연결시킨다. 읽고 쓰는 것은 마음을 자신에게 되던지는 고독한 활동이지만 구술문화는 한층 더 공유적이고 외면적이며 덜 내성적이다.(구. 114면) 글 없는 그림책을 읽는 시간은 구술적 연행의 공동체성을 재현할 때도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자기만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는 점에서 문자문화적인 특성도 가지고 있다.

 참고하는 그림책
『샤샤의 돌』 (에런 베커 그림책)
『내가 잡았어』(데이비드 위즈너 그림책)
『나무 춤춘다』(배유정 그림책)
『하이드와 나』(김지민 그림책)
『이상한 기차』(한아름 그림책)
『여름의 법칙』(숀탠 그림책)
『거리에 핀 꽃』(시드니 스미스 그림책)
『수영장』(이지현 그림책)
『선』(이수지 그림책)
『홀라홀라 추추추』(카슨 엘리스 그림책)
『거기 누구 있니』(파스칼 무트 보흐 그림책)
『책의 아이』(올리버 제퍼스. 샘 윈스턴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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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소개

김지은

대학에서 심리철학과 철학교육을 공부했다. 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바람 속 바람」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아동청소년문학을 연구하면서 평론과 서평을 쓰고 있다.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한신대학교 등에서 아동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평론집 『어린이, 세 번째 사람』과 『거짓말하는 어른』을 냈으며, 함께 쓴 책으로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 엮은 책으로 『마해송 전집』, 옮긴 책으로 『너무너무 무서울 때 읽는 책』 등이 있다.